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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위반 차량 추격전'
'선거법 위반 차량 추격전'
  • 이승호 기자
  • 승인 2004.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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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12시20분께 상대정당 제보전화 구 선관위 직원 긴급 출동

제17대 총선 투표가 한창 진행되는 가운데 장안구선거관리위원회는 '상대편 정당이 불법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제보에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다.

15일 오후 12시20분께 한나라당 장안지역 박종희 후보측 관계자는 장안구선관위에 "상대 정당인 열린우리당 심재덕 후보측이 공식 선거운동이 끝났는데도 유세차량을 몰고 선거구를 돌면서 표몰이를 하고 있다"고 긴급하게 전화 제보했다.

   
▲ 구 선관위 직원들이 긴급 전화제보를 받고 유세차량을 단속하기 위해 차량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구 선관위 직원 2명은 전화 제보를 받은 즉시 무비카메라를 챙겨 현장으로 출동, 쫓고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박  후보측 관계자는 유세차량을 뒤쫓으며 선관위 직원들에게 수시로 현위치를 알려 왔다.

한일타운 앞을 지난다는 처음 제보에 구 선관위 직원들은 현장으로 출동했지만, 유세차량이 계속 이동을 하면서 이번에는 수원역에 왔다는 제보자의 말에 선관위 직원들은 오후 12시43분께 수원중부경찰서 앞에서 차를 돌려 수원역으로 향했다.

뒤 이어 걸려온 전화는 남문방향으로 유세차량이 방향을 틀었다는 제보.

구 선관위 직원들은 카메라 작동을 점검하면서, 황급하게 현장으로 달렸지만 도착하기 바로 직전인 12시50분께 다시 동수원사거리로 향한다는 제보를 받고, 차량을 북문에서 연무동 방향으로 황급하게 돌렸다.

   
▲ 추격 1시간여만에 따라잡은 홍보차량.
50분여동안 쫓고쫓기는 추격전이 계속되면서 유세차량이 해당 관내를 벗어나 영통으로 향하자, 구 선관위 직원들은 영통구 선관위에 협조를 요청, 합동 추격전을 펼쳤다.

추격전이 시작된지 1시간여가 지날 무렵 영통 홈플러스 앞 100m 전방에서 드디어 유세차량을 따라 잡은 구 선관위 직원들은 차량에서 내려 카메라를 들고 현장까지 달렸다.

하지만 구 선관위 직원들은 당초 제보와 다른 풍경이 펼쳐지자 허탈해 했다.

유세차량이라고 제보받은 차량은 봉고프론티어 트럭(경기80거25XX)을 개조한 홍보차량.

홍보차량에는 도우미 여성 2명과 함께 큰 음악을 틀어 논채 '수원블루 윙즈 축구팀' 광고 선전물이 부착돼 있었다.

   
▲ 옆면에는 축구팀 홍보물이 있지만 천정에는 심 후보의 유세 홍보물이 그대로 남아있다.
현장까지 함께 추격했던 박 후보측 관계자는 "열린우리당 심 후보 유세 선전물을 천정에 부착하고 홍보차량을 가장하고 있다"면서 "건물 2층 높이에서만 내려봐도 심 후보의 이름까지 확인된다"며 "유세를 벌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천장에 홍보물을 제거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구 선관위 직원들이 해당 차량 운전자를 확인한 결과 유세를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벌인 행위는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이 차량이 전날까지 심 후보의 유세차량으로 사용되기는 했지만 천정에 있던 심 후보의 홍보물은 미처 떼지 못한 것일 뿐 이를 유세 목적으로 이용했다고는 보지 않았다.

이로써 사고 위험을 무릎쓴 1시간여 가량의 차량 추격전은 물거품으로 돌아갔고, 관할지역을 벗어나면서까지 단속을 벌였던 구 선관위 직원들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현장을 떠났다.

하지만 박 후보측 관계자는 "의도적인 유세 활동"을 끝내 주장하며 선거법 위반으로 엄단 처벌할 것을 촉구 했다.

한편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254조(선거운동기간위반죄) 규정에 따르면 '선거일에 투표마감시각전까지 선거운동을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