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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는 삶이 진정한 무소유”
“나누는 삶이 진정한 무소유”
  • 수원신문
  • 승인 2004.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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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책] 박진숙 시인... 인간 사랑 깨닫게 해준 법정의 '무소유'

인생에서 만난 책 한 권. 우연히 집어든 책과의 만남이 삶의 큰 의미가 될 수 있을까. 본지는 수원시민과 좋은 책과의 만남을 릴레이 형식으로 들어본다. <편집자주>

"인간이 탐하는 재물이나 명성은 마시면 마실수록 더욱 갈증을 느끼게 하는 바닷물 같은 것."이라고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워가 말했다.

순간 밀물처럼 파고드는 부끄러움으로 나를 당혹스럽게 했다. 내가 가진 것이 적다고만 치부해버린 욕심의 파편들이었다.

'무소유'란 가진 것이 없는 것이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 중심적인 고정관념을 지니고 살게 마련이다.

그러기 때문에 어떤 사물에 대한 이해도 따지고 보면 그 관념의 신축작용에 지나지 않는다.

'자기 나름의 이해'란 곧 오해의 발판이다. 우리는 하나의 색맹에 불과한 존재이다. 오해의 안갯속을 헤매고 다니는 연인들은 오랜 방황을 하다가 맹목적인 열기로 상대방을 이해하려 한다.

결국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가 아니라 상상의 날개에 편승한 찬란한 오해일 뿐이다.

'인간이 태어나면 언젠가 한 번은 죽지 않을 수 없다'는 생자필멸(生者必滅)과 회자정리가 있다.

삶에 대한 깨우침이자 인생무상이 아닐까 싶다. 순간 순간을 어투루 살고 싶지 않은 인간의 욕망이기도 하다.

어떤 사형수에게는 일 분 일 초가 생명 그 자체로 실감된다고 한다. 그에게는 내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을 살고 있는 것이다.

'과연 나는 어떠한가?' 내일이 있다는 핑계로 오늘에 살고 있으면서도 곧잘 다음 날로 미루며 내일에 살려고 한다. 생명의 한토막인 하루 하루를 소홀히 낭비하면서도 뉘우침이 없는 것이다.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를 들으며 단조로운 멜로디에 호기심에 가득한 이른 봄에 깨어난 햇살처럼 희망을 꿈꾸기도 한다.

이 지구상에는 63억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다. 지금 그 중의 한 사람을 만났다는 것은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같은 하늘의 공간이면서도 똑 같은 언어와 인종이 비슷한 사람끼리 존재하는 것이다.

   
▲ 박진숙 시인은 "나누는 삶이 진정한 무소유"라고 말했다.
시나브로 허물을 지니고 살아가는 인간이다. 뜻밖에 만난 인연에 고마워해야 하고 내 마음을 돌이켜 흐트러지는 나를 자신이 거두어들이는 일이라 했다.

우리에게 대지는 영원한 모성(母性). 흙에서 음식물을 길러내고 그 위에다 집을 짓는다.

그 위를 직립보행 하면서 살다가 마침내는 그 흙에 누워 삭아지고 마는 것이 우리들 인생의 생태이다. 흙에는 거짓이 없고 무질서도 있을 수 없다.

흙에서 내리는 빗소리를 듣고 있으면 우리들 마음은 고향에 돌아온 것처럼 정결해지고 평온해진다.

구두와 양말을 벗어버리고 일구어놓은 흙을 맨발로 감촉해 보라. 그리고 흙 냄새를 맡아 보라. 그것은 약동하는 생의 기쁨이 될 것이다.

요즘의 현실은 어떠한가! 산업화와 도시화로 치닫고 있는 오늘의 문명은 흙을 멀리하려는데 모순(矛盾)이 있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함께 나누어 짊어진다는 뜻이다. 우리에게는 우리 이웃의 기쁨과 아름에 대해서 나누어 가질 책임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인형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인간 즉 끌려가는 짐승이 아니라 신념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아야할 인간인 것이다.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함께 살고 있는 이웃에게 베풀어야 할 때가 아닐까?

*박진숙 시인은 윤선희 주부를 추천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