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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가 이럴 수 있나"
"시민단체가 이럴 수 있나"
  • 이승호 기자
  • 승인 2004.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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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역 시민단체, 어린이날 행사 관련없는 술값 노래방값 등 영수증 첨부 말썽... 규정어기고 뒤늦게 1년만에 정산보고

수원지역 일부 시민단체가 지난해 어린이날 행사를 치르면서 수원시 예산을 사업비로 지원받아 놓고 관련 규정을 어긴채 1년이 되도록 정산보고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결국 행사를 치른 지 1년여만인 20일 시에 사업내역과 평가서, 지출내역서 등이 포함된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행사와 전혀 관련 없는 노래방 이용 영수증 등을 첨부, 시에 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수원지역 13개 단체로 구성된 2003 수원어린이.청소년한마당 행사위원회(이하 행사위원회)는 지난해 5월 어린이날을 맞아 각종 초청공연과 체험행사 등을 준비하면서 시에 사업비 지원 명목으로 3,500만원을 지난해 4월22일 신청했다.

시는 수원시 보조금관리조례 제4조 3호 '시가 권장하는 사업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행사의 경우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규정에 근거해 같은 조례 제5조 규정에 따라 사업의 목적과 내용, 행사기간, 총 사업경비 등이 기입된 사업계획서 등을 받고 지난해 4월24일 사업비를 지원했다.

시는 이 과정에서 관련조례 제13조 보조사업 실적보고 규정에 따라 사업을 마친 뒤 20일 이내에 관련서류를 첨부한 정산서를 제출하라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행사위원회가 시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행사기간을 2003년 5월5일로 정하고, 13개 참여단체가 전시행사와 공연행사, 참여 및 체험행사 등 20여개의 프로그램을 각각 맡아 자부담 1,500만원과 함께 모두 5,000만원을 소요할 것이라고 기재돼 있다.

행사위원회는 하지만 행사가 끝난 지 해가 바뀌도록 정산서를 제출하지 않았으며, 1년만에 제출한 정산서에는 행사기간 이외의 영수증과 행사와 전혀 관련 없는 영수증 전표를 정산서에 첨부했다.

정산서에는 진행비용 명목으로 지출한 108만7,000원의 경비 가운데 시 예산으로 지출한 90만1,400원에 대한 신용카드 영수증 전표가 증거자료로 첨부돼 있었다.

영수증 전표에는 지난해 4월21일 새벽 2시51분께 정자동에 위치한 ㅍ노래방에서 13만6,000원이 찍혀 있었으며, 같은해 5월1일 밤 9시55분께 ㅉ술집에서 4만원, 5월7일 새벽 3시21분께 ㅅ횟집에서 5만1,000원, 5월20일 오후 4시27분께 ㅋ랍스터 식당에서 3만1,818원 등이 기재돼 있었다.  

시 관련 조례 제11조에 따르면 보조금을 지급받은 사업자는 보조금 교부결정(사업계획서에 기인)의 내용 및 조건과 법령에 의거해 사업비를 다른 용도에 사용할 수 없도록 돼 있고, 같은 조례 13조 '실적보고서와 사업비 정산서는 사업을 완료하거나 사업 당해년도 내에 시장에게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 돼 있다.

시 관계자는 "사업비를 지원할 때 정산서 제출일자까지 지정해 놓고 지난해부터 정산서 제출을 독촉해 왔다"면서 "관련 규정에 따라 명확한 정산이 돼야 하는데 행사 주체가 전혀 지켜주질 않아 시로써도 속수무책이었다"고 말했다.

행사위원회에서 총괄 운영 책임을 맡았던 수원 ㅈ단체 관계자는 "그동안 정산서를 제출하지 못한 데는 우선 본인 책임이 크고, 여러 단체가 함께 행사를 치르다 보니 일부 단체가 정산서를 늦게 보내온 책임도 있다"고 항변했다.

이 관계자는 또 "행사와 관련 없는 영수증이 첨부된 것은 아마도 정산서 작성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확인한 뒤 재차 통보토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지난해 어린이날 행사 정산서가 시에 제출되지 않자 올해 어린이날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모인 수원지역 시민단체 사이에서도 이 사안이 논란이 돼, 지난 3월 중순께 2004행사위원회 첫 모임에서 지난해 행사위원회 운영 책임자가 공개사과를 한 바 있다.

행사위원회는 매년 어린이날 행사 참여를 희망하는 수원지역 시민단체들이 스스로 모여 각 사업계획안을 만들고, 이를 시에 신청해 시 예산 3,500만원을 지난 2000년부터 지원받고 있다.

행사위원회는 운영책임을 위원장과 사무국장 등 2명이 전체 예산관리와 정산서를 작성하고 있으며, 위원장과 사무국장은 매년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스스로 선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