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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과 나누는 게 행복”
“이웃과 나누는 게 행복”
  • 오세진 기자
  • 승인 2004.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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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연무동 홀로사는 노인 돕는 김소정씨... 매달 쌀 80포씩 제공

“나중에 돈 벌면 어려운 이웃들에게 많이 나눠주리라 몇 번을 다짐했는지 몰라요.”

밥 한끼 먹기조차 어려웠던 어린시절, 힘들었던 기억에 김소정(50)씨의 눈가에는 눈물부터 맺혔다.

인계동에 사는 김소정씨는 6년전부터 매탄4동과 우만동, 연무동 등에 사는 독거노인이나 불우이웃에게 쌀과 고기를 제공하고 김장을 담궈주는 등 이웃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 김소정씨는 지난 2002년 수원시장 표창을 비롯, 동사무소와 사회단체 등에서 감사패를 받았다.
학창시절부터 돈벌이를 찾아 전전긍긍, 집안의 가계를 꾸려가며 나중에 돈벌면 자신처럼 배고픈 사람을 위해 쓰겠다고 굳은 결심을 했다는 김씨.

하늘이 도왔을까. 10여년전부터 하던 사업이 번창하자 김씨는 즉시 이웃에게 눈을 돌리게 됐다.

지난 IMF 시절에는 서울역 등지의 노숙자를 찾아, 99년에는 의정부 수해 지구에, 2002년에는 삼척으로, 수원 뿐 아니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가슴아픈 소식이 들려오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갔다.

4년 전부터는 꾸준히 한 달에 한번씩 연무동에 사는 독거노인들에게 80포대, 약 200만원어치 가량의 쌀을 구입해 나눠주고 있다.

한달이라도 거르면 압박감에 시달린다는 김씨.

“제가 드린 쌀로 한 달 양식을 삼는 어른들이 많아요. 제가 못 드리면 굶게 되시잖아요. 그 생각하면 잠도 안와요.”        

   
▲ 김소정씨는 매달 한 차례씩 연무동 거주 독거노인들에게 쌀 80포대를 제공하고 있다.
김씨는 워낙 감성적인 성격에 길 위에서 힘겹게 짐을 나르는 노인들 모습만 봐도 눈물을 참기 어렵다고 한다.

15년전 추운 겨울 남대문 시장에 갔다가 아이를 안고 구걸하는 엄마에게 돈을 주기는 했지만 옷을 못 벗어주고 온 것이 아직도 한이 된다며 한숨짓는다.

김씨에게는 사업이 잘 되도 늘 절약하는 정신으로 산다는 것이 생활신조다. 특별히 취미생활을 할 마음의 여유도 없지만 그 돈이면 쌀 한 포대 더 사서 드리는 것이 훨씬 맘 든든하다고.   

때로는 겨우 쌀 한 포대 주려고 불렀냐고 불평하는 모습에 속상하기도 하지만 늘 고맙다는 말 아끼지 않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 마냥 신나고 행복하다고 한다.

“아직 시작 단계예요. 앞으로는 좋은 일만하며 살고 싶어요.”

김씨의 소원은 연무동에 180여새대의 독거노인 모두에게 쌀을 제공하는 것과 길거리에 버려진 강아지들을 위한 보호시설을 마련하는 것이다.

가진 것 함께 나누는 미덕을 보여주는 김씨. 김씨가 꿈꾸는 세상처럼 끼니걱정에 한숨짓는 이웃들에게 도움과 사랑의 손길이 이어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