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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구구식 수원경제포럼
주먹구구식 수원경제포럼
  • 현은미 기자
  • 승인 2004.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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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각] 이름만 지역 경제포럼... 인원동원해 빈축

지난 19일 수원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수원경제포럼의 뒤끝이 아무래도 게운치 않다.

지자체 차원의 일자리 창출방안 모색이라는 취지아래 수원시가 의욕적으로 주최한 이 지역경제포럼은 행사당일 수원시가 참석자를 동별로 동원하는 바람에 여론의 빈축을 샀다.

경로당, 새마을부녀회, 주민자치센터, 동장의 참석권유를 받고 동별로 많게는 20여명에서 적게는 두세명씩 포럼에 참석했던 시민들은 포럼취지가 무색하게 1부행사가 끝나자 상당수이상이 자리를 뜨면서 행사 주최측을 놀라게 했다.

잠깐 앉았다 나오면 된다는 생각으로 참석했던 60~70대 노인들은 3시간여 동안 4개의 주제발표와 10여명의 토론자들이 주제별로 발표하는 포럼임을 알고 나자 한주제가 끝날 때마다 주최측의 만류에도 불구, 막무가내로 자리를 떴다.

새마을부녀회 권유로 참석한 40~50대 중년여성들은 일자리를 찾으려는 기대로 왔는데 자리자체가 오히려 기업사장들이 나와 듣는게 낫겠다며 삼삼오오 행사장을 떠났다.

보기드물게 대학에서 왔다는 두 청년은 정작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뻔한 자료들을 박사들이 발표한 것 같다며 그나마 내용상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날 경제포럼은 수원시가 주최했지만 수원에 근거를 둔 한국지역경제학회가 위탁받아 진행했다.

수원에 소재하지만 존립의 어려움을 호소한 학회의 얘기를 수원시가 전해듣고 지난 2월경 학회로부터 경제포럼 안건을 접수한뒤 여론이 실업문제에 관심이 높아지자 기왕이면 일자리창출방안 모색으로 방향을 바꾸기로 했었다는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1900만원이 발주된 이 포럼은 전적으로 학회가 주관했지만 이번에는 토론자로 참석했던 이들마저 학회에 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수원에서 주최한 일자리창출 지역경제포럼에 왜 부산대교수가 사회를 본건지 알 수 없다는 패널의 불만은 곧바로 지역포럼이 아닌 중앙포럼 형태의 주제발표에도 비난의 화살을 꽂았다.

노동연구원, 산업연구원, 대학교수, 국가행정연수원 박사급들의 발표내용은 아카데미했을뿐 지역포럼의 현실감을 무색케 했다.

또 패널들은 행사 2~3일전에야 주제발표내용을 전달받는 바람에 충분한 토론내용을 준비도 못했지만 참석자들이 속속 자리를 비우면서 발표시간마저 축소당하자 이래저래 수원시의 전시행정에 불만을 전했다.

조만간 학회는 포럼을 정리, 책자를 발간할 모양이다.

발간비용 역시 1900만원 발주내역에 포함된다지만 그나마도 400여부를 발간, 학회 회원들에게 증정할 것으로 안다는 시 관계자의 옹색한 답변이 지자체 최초 경제포럼 개최라는 의미에도 불구 씁쓸함을 더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