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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생명의 은인이야
[열린세상] 생명의 은인이야
  • 편집부
  • 승인 2011.09.0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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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자(수원보훈지청 보훈 도우미)

저는 수원보훈지청에서 보훈 도우미로 일하고 있습니다. 보훈도우미란,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유공자분들이나, 그의 가족 분 중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을 도와드리고 보살펴 드리는 일이지요.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있기에 지금의 나와 나의 자손들이 있다는 생각으로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이 어르신댁을 방문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어머님, 전도우미 왔습니다.”

밝게 인사를 하며 방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어머님께서 방바닥에 쓰러져 계셨습니다. 저는 얼른 119에 전화를 했고, 얼마 후 구급차가 도착해 어머님을 태우고 동수원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병원에 도착해 입원 절차를 밟고 여러 가지 검사를 한 결과 뇌졸중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뇌졸증’ 단어를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이 글썽였지만, 다행히도 의사선생님과 간호사 분들의 도움으로 건강을 회복하셨고 무사히 퇴원하셔서 지금도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십니다.

어느 날은 어머님께서 악수를 청하시며 “전도우미 아니었으면 난 벌써 죽었을 거네”라고 저에게 환한 미소와 함께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저는 도우미가 돼 도움을 드릴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뿌듯했는지 모릅니다. 도우미로 여러 어르신과 함께한 지 어느덧 오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심심하실 땐 말동무를 해 드리고, 아프실 땐 간호사가 돼 보살펴 드리고, 외로우실 땐 가족처럼 친구처럼 옆에서 함께 해 드리기 위해 노력한 오년이란 세월 속에 저와 어르신들은 이제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이가 된 듯도 합니다.

날이 더울 때면 “아이구, 덥겠네. 얼른 이리로 와서 선풍기 바람 좀 쐬렴”하고 친정어머니처럼 저를 챙겨주시기도 합니다. 그럴 땐 마음이 한없이 푸근해지고 시골에 계신 친정어머니가 생각나 코끝이 찡해지기도 합니다.

25년이란 세월동안 시부모님을 모셨습니다. 저에겐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니 그 시간이 많은 공부가 돼 도우미로서 어르신들의 마음을 읽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듯합니다. 어르신들이 아파하시면 제 맘도 아프고 기뻐하시면 저도 뛸 듯이 기뻐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직업으로써 서로 대하는 것이 아닌,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것을 느끼는 순간 저는 온몸에 전율을 느꼈고 벅찬 감동을 느꼈습니다.

어르신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지만, 그 시간 동안은 온 힘을 다해 어르신들을 섬기고 보살펴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어르신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이 되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