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09 10:46 (화)
“검찰관 나리 납시요”
“검찰관 나리 납시요”
  • 오세진 기자
  • 승인 2004.05.04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기도립극단, N.V. 고골리 ‘검찰관’ 공연... 무일푼 여행가의 좌충우돌 해프닝

경찰이 출동하면 죄 없는 사람도 겁나는 법. 죄 지은 사람이라면 두근거리는 심정이야 두말할 필요가 있을까.

검찰관이 출동했다. 진짜가 아닌 가짜 검찰관. 무일푼으로 여관에 묵던 청년은 자신을 비밀 파견된 검찰관으로 오인한 지방 탐관오리들을 우롱하게 되는데...

   
▲ 경기도문화예술회관은 오는 11일부터 23일까지 명품연극시리즈 두 번째 작품으로 N.V. 고골리의 ‘검찰관’을 회관 소공연장에서 올린다.
경기도문화예술회관(관장 홍사종)은 오는 11일부터 23일까지 명품연극시리즈 두 번째 작품으로 경기도립극단(예술감독 문석봉)의 제47회 정기공연 N.V 고골리의 ‘검찰관’을 회관 소공연장에서 올린다.

‘검찰관’은 러시아 관료사회의 부패상을 폭로하고 탐관오리를 비판한 사회풍자극으로 단순한 웃음을 넘어 신랄한 풍자와 해학을 보여준다.

잘난 척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과 타락한 관리, 그리고 비열한 변절자 사이의 반복되는 갈등... 작품에 등장하는 일반적인 인물이나 상황전개는 인간 내면에 내재돼 있는 어리석음의 본질을 인지하게 해 블랙 휴머니즘적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이번 연극은 러시아 리얼리즘의 원류가 된 러시아 소설가 고골리의 전5막 동명 희곡을 작품화한 것으로 탁월한 심리묘사와 장면연출로 호평 받고 있는 러시아 공훈예술가, 쿠진 알렉산드리아 세르게이비치가 방한해 직접 연출을 맡았다.

   
▲ 경기도립극단 배우들과 함께 작품에 관한 얘기를 나누는 러시아 연출가 쿠진 알렉산드리아 세르게이비치.
19세기 러시아 제정시대를 재현하기 위해 레닌그라드 극장예술아카데미에서 무대디자인을 전공한 무대미술 및 의상디자이너 유리 칼페린이 무대디자인부터 의상과 소도구, 분장, 조명까지 직접 총괄 지휘한다.

한편, 이번 작품에는 공연 날짜 중 하루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여관 하인역 까메오로 깜짝 출연하는 이벤트도 마련돼있다.

시간 평일 19:30 토15:00 19:30 일15:00 (월요일 공연없음)

입장료 A석 1만원, B석 8천원

문의 ☎ 230-3274~9

“동서고금을 초월한 짜릿한 웃음”

인터뷰/ 쿠진 알렉산드리아 세르게이비치 ‘검찰관’ 연출가

   
▲ 러시아 연출가 쿠진 알렉산드리아 세르게이비치는 검찰관은 동서고금을 초월해 짜릿한 웃음을 선사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수원에 대한 인상은.

녹색이 많이 보이는 아름다운 도시이다. 수원에 2개월쯤 머물렀는데 외국인으로서 낯설거나 외로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건물 건축 양식이 러시아와는 달라 눈에 띈다.

-러시아 정서를 바탕으로 만든 러시아 연극을 한국에서 연출하면서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  

희곡 내용 자체를 소화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작품은 동서고금을 초월해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인식하는 관리와 공무원의 부정에 관한 것이다.

그러기에 100년도 훨씬 전에 쓰여진 작품이 여전히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본다.

-도립극단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러시아 극단과의 차이점은.

배우들이 열정을 갖고 진지하게 작업에 임하는 점을 높이 산다.

   
▲ 작품 고골리 검찰관의 한 장면.
러시아에는 오랫동안 연극학파가 있어 왔고 각 학파의 독특한 성격은 전 세계에서 러시아 연극을 예의주시하게 만드는 힘이다.

특히 사실주의 학파와 배우 훈련과정을 눈여겨봐야 한다. 러시아 극단에서는 배우들 내면에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도록 지도한다.

한국에도 전통극이 있다고 들었다. 그 자체가 주목할 만하다.

한국에 있는 동안 한국영화와 연극을 많이 봤는데 영화는 현대의 청중들에게 현재의 용어로 이야기하는 것이어서 그런지 좋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연극은 고유한 것의 현대적 재구성과 현대적인 것에서 고유성을 발견하는데 있어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된다.   

-의상, 소품 하나하나 신경 쓴 것으로 아는데.   

이번에 문예회관에서 나를 초청한 것은 러시아 연극 시스템을 체험케 하려는 시도였다고 본다.

연극에는 사소한 것이 하나도 없다. 러시아에서 하던 대로 작은 것 하나까지 세심히 배려해 작품에 완성도를 기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번 작품의 관람포인트라면.

‘검찰관’은 두려움에 관한 얘기다. 하지만 어둡지 않고 명랑한 연극이다.

두려움이 평범한 사람들을 어떻게 만드는지를 주목해 보면 재밌기도 하면서 씁쓸한 기분도 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