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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물품비는 삭감하고 사비로 충당(?)'
'시 물품비는 삭감하고 사비로 충당(?)'
  • 이승호 기자
  • 승인 2004.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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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보사위, 1일 농수산물도매시장 추경예산안 심의...이태호 의원 "프린터 고장나면 내 돈 주께"

"프린트를 못해 업무가 마비 될 정도면 본인이 자비를 들여 한 대 사주겠다. 사무용품 예산 100만원 삭감할 테니 문제 생기면 본인에게 말하라."

"행정 예산 세우고 삭감하는게 애들 장난인가. 떡고물 주듯이 이게 도대체 무슨 태도인가."

   
▲ 농수산물도매시장 관리소 추경예산에 대해 심사하고 있는 재경보사위.
수원시의회 재경보사위원회가 1일 수원시농수산물도매시장관리사무소(이하 도매시장)에 대한 추경예산안 예비심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이태호(세류3동)의원이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발언을 계속해 동료 의원들과 시 공무원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이날 재경보사위는 도매시장이 제출한 추경예산안 가운데 노후된 프린터 교체 내역으로 100만원의 예산을 심의했다.

이에 앞서 재경보사위는 도매시장 추경예산안 심의 일정을 지난달 31일로 정했지만, 도매시장 관리소장이 아무런 통보도 없이 출석을 하지 않아 감정이 상한 상태였다.

심의가 시작되자 의원들마다 도매시장 관리소장의 불성실한 행동을 질책했고, 예산심의가 바로 이어졌지만 의원들의 분은 풀리지 않은 듯 심의과정에서도 "절대로 감정적으로 삭감하는 것 아니다"는 말을 매번 덧붙였다.

도매시장 신은범 소장은 의원들에게 즉시 사과를 전했고, 프린터 노후로 인한 업무 장애와 교체 예산에 대해 설명했다.

신 소장은 "프린터가 현재 내구연한도 1년여나 지났고, 기계 자체의 노후로 수리비가 많이 소요된다"면서 "도매시장 내에는 프린터 1대만을 놓고 사용하는 데 이를 교체해 효율적으로 업무를 보고자 100만원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기계는 내구연한과 관계없이 관리만 잘 하면 오래 사용할 수 있다"면서 "현재 프린터를 아예 사용할 수 없는 상태인가. 프린터를 사용하지 못해 업무가 마비되고 있는가"라며 다그쳤다.

또 "그렇지 않다면 이 예산은 삭감하겠다"면서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쓰고 다음 예산 심의 때 신청하라"며 "만일 고장 나서 업무에 지장이 초래된다면 내 돈을 들여 한 대 사주겠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이 계속해서 "고장 나면 내 돈을 들여 사줄테니 이 예산은 삭감하자"는 말을 반복, 강조하자 옆에 있던 안용덕(신안동) 의원이 "개인 돈 얘기를 왜 자꾸만 꺼내는 것이냐. 의회에서 할 얘기와 못 할 얘기를 구분하라"고 제지했지만, 이 의원의 발언은 계속됐다.

김광수(지동) 의원도 "의회에서 개인적인 돈 얘기 꺼네는 것 아니다"고 이 의원을 질책했다.

결국 이 의원의 반대로 도매시장 프린터 예산은 삭감된 채 상임위원회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도매시장 관계자는 "어제 소장이 참석 못한 것은 상인들과 긴급한 회동때문에 불가피하게 못한 것"이라며 "의회에서 예산을 삭감하면 집행부 입장에서 어쩔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시의회 이모 의원은 "본 뜻이야 어쨌든 집행부가 올린 안은 삭감하고, 애들 달래 듯 자기 돈으로 물품을 사주겠다라는 말을 의회에서 할 수 있는 말인가"라고 말했다.

또 김모 의원도 "도매시장도 잘못을 하긴 했다"면서 "어쨌거나 '소언다사'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은 항상 말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