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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제로를 향하여
쓰레기 제로를 향하여
  • 편집부
  • 승인 2012.04.1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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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김정섭(환경예술가)

내일 버릴 쓰레기를 전용 봉투에 포장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에 빠져 본다. 인간의 역사는 쓰레기를 버리면서 시작했고, 쓰레기 때문에 끝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애니메이션 영화 '월-E'를 보면 인류는 전염병이나 외계인의 침략 때문이 아닌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는 쓰레기로 인해 지구를 탈출하게 된다. 결국 지구에 남는 것은 쓰레기를 치우는 로봇과 바퀴벌레들 뿐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쓰레기로 인한 인류사회의 붕괴는 그 같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겠지만, 요즘 같아선 실제로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하고 싶다.

흥미롭게도, 우리가 쓰레기에 대한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사회의 발전 때문이다. 발전된 사회일수록 해당 사회의 존립을 위협할 정도로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내지만, 사회의 규모와 그 발전 정도에 비례하여 정시에 정확하게 그 쓰레기를 처리하는 시스템 또한 정교해지기 마련이다. 해당 시스템에 장애가 생기면 사회는 곧장 쓰레기 천지로 변한다. 연휴기간이 끝나갈 때쯤 되면 동네 골목마다 쌓여있는 쓰레기봉투를 자주 볼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 아주 쉽게 이해될 것이다.

문제는 여태까지 선호해오던 '쓰레기 처리 시스템'이라는 것이 대부분 '쓰레기를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사라지게 하는 기술'일 뿐이었다는 것이다. 십수 년 전까지만 해도 쓰레기를 종류와 관계없이 한꺼번에 차량에 실어 모은 후,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벌판에다가 산처럼 쌓아두거나 일시에 태워 버리는 방법이 가장 손쉽고 빠르면서도 가격경쟁력이 우수한 최선의 해결책이었다. 물론 그 당시에도 쓰레기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가공하거나 친환경적인 전환 시스템을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었을 테지만,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며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최근까지도 외면당해오던 기술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지구 어디에도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또한 과거의 쓰레기 처리장도 포화상태에 이르게 되었으며, 여기에서 발생되는 유해물질과 소각에서 발생하는 독성물질들이 인간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알게 되면서 과거의 처리방법을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결국 쓰레기를 처리하고 재활용하기 위한 친환경적인 전환 시스템을 모색하는 것이 인류 생존을 위한 또 하나의 숙제가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까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쓰레기 처리방법은 '최대한 양을 적게 만드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이미 그 개념을 능가하는 '쓰레기 제로(zero waste)' 운동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쓰레기 제로 운동은 우리가 자주 쓰는 포장용기와 일회용품 제작단계에서부터 미생물 분해가 손쉽게 되는 재료를 사용하거나, 재활용과 퇴비화가 가능한 '순환자원' 재료를 사용하자는 것이다. 쓰레기를 줄이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쓰레기가 될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바로 발상의 전환이다.

이미 우리나라도 이런 세계적 추세에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환경부는 '제1차 자원순환기본계획(2011~2015)'을 통해 모든 폐기물을 100% 순환시켜 사용하는 Zero-Waste 시스템 구축을 선언했고, 향후 이를 통해 연간 1억4000만 톤의 국내 폐기물을 순환자원으로 재활용 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사의 참여뿐만 아니라 폐기물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완벽한 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 물론 우리 시민들의 현명한 참여도 큰 힘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 주변의 '쓰레기통'이라고 불리는 작은 통속을 들여다보자. 지금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들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