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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넘어서 평화로 가는길'
'전쟁을 넘어서 평화로 가는길'
  • 이승호 기자
  • 승인 2004.06.20 00:00
  • 호수 1
  •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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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환경운동센터, 오는 23일 이라크평화네트워크 임영신 활동가 초청 강연회

수원환경운동센터는 오는 23일 오후 7시 경기문화재단 6층에서 이라크에 다녀온 임영신 이라크 평화네트워크 활동가 초청 강연회를 연다.

'전쟁을 넘어서 평화로 가는 길'이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강연회에서 임 활동가는 지난해 다녀온 이라크 현지인들의 실생활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예정이다.

다음은 임 활동가가 지난해 6월 이라크에서 돌아온 뒤 남긴 글.

평화의 증인을 기다리며....

6월 4일,
돌아온 지 딱 한 달이 되는 날입니다.

"허나 여느때 처럼 어느새 6월이 되었습니다" 라고 첫 문장을 시작하지 못한 채 망설이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지난 봄은 참 촘촘한 시간들이었습니다.

모래바람과 뜨거운 햇빛뿐인 바그다드의 봄과 온 산에 꽃이 흐드러지는 한국의 봄 사이 그 황막한 황야와 꽃 사태 사이 저는 한 달을 돌아오지 못한 채 서성이고 서성인 것입니다.

한동안 아침이면 눈을 뜨면 엄마가 없을까봐 엄마를 부르며 한동안 울음부터 터뜨리는 아이들... 여기 있다고, 엄마가 여기 있다고 아이들 마음에 깊은 부재의 흔적을 지우며 그 울음을 달래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곤 했습니다. 유치원에서 돌아와 '엄마'하고 외치며 현관에 들어서는 아이를 향해 '응, 어서 와' 하며 맞이하는데 아이는 '어, 정말 엄마가 있네’하며 잠시 말을 잊습니다.

엄마가 있으니까 참 좋다하며 제 품에 얼굴을 묻는 아이의 온기 허나 그 온기 위로 살아오는 이라크에 두고 온, 제 품에 안겼던 아이들의 온기.... 그 눈빛과 체온이 고스란히 살아와 품에 안긴 아이를 오래도록 놓아주지 못한 날도 있었습니다.

그 아이들이 뛰어 놀던 미사일 더미 사이의 작은 운동장 폭파된 버스 속에 아직도 남아있을 타버린 떨어진 살점들, 으깨어진 머리에서 흐르던 뇌수, 타버린 몸의 떨림을 가누지 못하던 아이의 신음, 썩어 가는 아이의 시체를 들어올리던 어머니의 통곡, 바람결에 묻어오던 썩어 가는 시체들의 냄새, 죽은 아이의 입에서 흘러나온 붉은 혀의 촉감, 이라크 군이 두고 간 폭탄더미 속에서 공을 차고 미사일의 화약을 꺼내어 불꽃놀이를 하고 있던 아이들, 그곳에서 아직도 터지고 있을 불발탄의 폭음이 맨발로 핵 폐기시설의 철조망을 넘어서고 있을 아이들의 웃음이 잊혀지지 않아 뒤척이던 5월의 밤들  .....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