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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대한 인식과 한미동맹
북한에 대한 인식과 한미동맹
  • 이상철 시민기자
  • 승인 2004.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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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동맹 이점 살릴 줄 아는 지혜 가져야
얼마 전 한 여론조사에서는 한국을 위협하는 존재는 북한보다 미국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을 본 적이 있다.

일견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북한에 대한 현실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점이 이런 결과를 가져 왔지 않나 생각이 든다.

미국에 대한 의식변화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국의 국력이 신장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미국의 일방적인 패권주의로 인해 그동안 한.미동맹 관계의 수직적 불평등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의 표출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미군의 주둔이 표면상 한국방위에 있다고는 하나 미국의 이익과 동북아 세력균점을 위해 주둔하고 있는 측면이 강하고 북한을 공격할 경우 한국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관점이 작용한 것이 아닌가 한다.

6.25전쟁에서 북한의 침략을 방지해 한국의 안전을 지켜 준 것은 인정하되 시대의 변화에 따라 한.미동맹의 종속적, 수직적 관계를 어느정도 수평적이고 대등한 관계로 발전시켜 주권을 확립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그에 앞서 국제적인 흐름과 북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먼저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같은 동포, 같은 민족이라는 혈연적이고 감성적 정서만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주민과 정권을 분리해 실체를 보는 혜안(慧眼)을 먼저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한다.

제일 우리가 눈여겨 볼 것은 북한의 정치체제는 공산 및 사회주의도 아닌 김일성 유일(唯一)사상의 일당 독재체제라는 변형된 세습(世襲)정권이라는 데 있다 할 것이다.
이런 정치체제로 말미암아 주민들의 자유, 평등권이 굉장한 제약과 통제를 받고 있으며, 체제에 반하는 인사나 주민들은 강제수용소에 수용하거나 혹독한 인권유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인간의 보편적인 자유, 평등, 인격, 행복추구권 등이 국가또는 당에 의해 감시, 통제, 제한 등의 제재가 심해 UN 등 국제기구에서 비판을 받고 있는 현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50년 이상 유지한 독재체제를 변화시키기에는 많은 딜레마를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어떻게 단계적으로 주민들에게 인권과 평화를 돌려 주는냐의 여부에 따라 진실한 개혁, 개방의 의도가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 다음으로 과연 북한은 진정으로 한국과 화해와 협력으로 평화적 통일과정을 밟고 있느냐는 것이다.

북한으로서도 나름대로의 개혁, 개방정책을 취하고자 한국에 경제시찰단이 다녀가고 김정일위원장 자신이 두 번의 중국방문과 관계자들의 중국시찰 등을 실시하고 도시를 중심으로 시장경제적 요소를 도입하고 있다고 하지만 테러국 오명, 인권유린, 핵과 미사일 개발 등으로 국제적 고립상태의 외부적 장애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 한국의 지원은 절실히 필요로 하고 대규모 외부 지원과 배상을 위해 일본 납치자에 대한 시인, 사과, 송환을 하고 있다.

개성특구를 지정해 한국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금강산 관광 및 개발 등에 유연한 자세를 취하며 투자와 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근본적이고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한국을 배제하는 전략을 계속하고 있다.

핵문제는 한국을 은연중 배제하면서 미국에서 체제보장을 받으려는 경향이 짙고 중요한 안보상의 긴장감 해소와 신뢰구축을 위한 무기 및 병력의 감축과 아울러 전진 배치된 위협 상황들의 철수 등의 협상에는 접근도 못하고 있는 실정에 있다.

마지막으로 북한핵 문제이다. 1993. 3. 12. NPT(핵확산금지조약)를 탈퇴한 후 그해 3. 19. 남북회담에서 북한대표가 ‘서울 불바다’ 발언으로 위기가 고조되다 20여개월이 지난 1994. 10. 21. 미국과 제네바합의서를 교환했으나 지금도 계속되는 북한핵 문제로 한반도의 긴장은 물론 주변강국의 개입을 자초하고 말았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공격을 방지하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하지만 북한이 핵을 보유할 경우 9.11테러를 당해 변화된 미국의 자세로 보아 설사 민주당 정권이 집권해도 변함이 없을 것이며, 동북아의 군비확대와 함께 핵경쟁의 위험한 상황을 가져 올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북한핵과 관련해 지난 5월초 김희상 국가비상위원장이 어느 학술회의에서 북한이 핵을 보유하면 우리에게는 큰 재앙이 될 것이라 경고하면서 남북의 군사적 균형이 무너져 한국은 전쟁이냐 굴복이냐의 위협에 시달리게 될 것이고 우리의 안보는 국제사회에 맡겨야 하는 위험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었다.

특히 평화가 유지돼도 굴욕적이거나 노예적 평화이고 적화통일은 아니지만 자유민주체제의 통일은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는 심각한 전망은 그냥 스쳐가는 말로 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북한은 ‘화해와 협력’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공산독재냐, 자유민주냐를 놓고 서로 죽고 사는 엄연한 체제경쟁 대상이라는 발언은 우리의 현실적 문제에 대한 경각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 주한미군의 대규모 감축과 후방배치 및 동북아 지역군으로의 역할 변경 등 크나 큰 안보상의 이슈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 있다.

우리의 안보와 밀접한 상황에서 무조건 반미(反美)만 외칠 것이 아니라 한.미동맹의 이점을 살려 스스로의 역량을 키우는 지혜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일본인들의 미.일동맹관계와 그들의 행보가 좋은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될 수 있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