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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은 무법천지 입니까"
"수원은 무법천지 입니까"
  • 이승호 기자
  • 승인 2004.06.29 00:00
  • 호수 1
  •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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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뽀] 고색동에 자리잡은 불법 야시장...수원지역 장애인 단체 등 주관 주민 반발

"불법 야시장이 벌써 나흘째 운영되면서 주민들이 소음 등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데 관할 행정기관은 뒷짐만 쥐고 있으니...도대체 수원은 무법천지 입니까."

수원시 권선구 고색사거리 앞에서 지난 26일부터 불법 야시장이 대규모로 운영, 인근 주민들이 행사 소음 등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관할 기관인 권선구나 수원시는 대책 마련을 서두르지 않고 있어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 29일 오후 10시40분께 야시장에는 구경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29일 오후 9시50분께 고색동 권선사거리 앞 대한아파트 방면으로 150여m 구간에 펼쳐진 긴 천막에는 횟집과 통바베큐 집, 생필품, 오락 등 각종 점포 50여곳이 성업중이었다.

각 점포마다 차지하고 있는 공간은 제각각이었지만 바베큐나 회, 조개 구이 등을 판매하는 식당가는 대체로 50여좌석 정도의 공간을 차지한 채 술 손님들로 자리가 가득했다.

야시장 아래쪽 대한아파트 방면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높이 1m에 가로 4m, 세로 15m 정도의 무대가 설치돼 있었지만, 이날 오후 10시30분 현재 야간 행사가 중단된 채 무대는 비어 있었다.

하지만 이 곳에 나와있던 차긍호(평동.재경보사위) 시의원은 매일밤 이 곳에서 손님을 끌기 위한 야간 행사가 펼쳐져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야시장을 마주보고 있는 주택가와 대한 아파트 주민들이 소음으로 많은 민원을 호소한다고 설명했다.  

   
▲ 야시장안에는 속칭 <야바위(?)>상들과 미니로또 경품장 등이 성업중이었다.
야시장 내에는 형형색색의 전구들이 불을 밝히고 있었고, 놀이기구인 미니 바이킹과 사격장, 각설이 공연장 등이 설치돼 있었으며, 야시장 위로 15m 높이에는 야시장 위치를 알리는 4개의 대형 풍선까지 떠 있어 마치 유원지를 방불케 했다.  

또 소위 '야바위'(?)라 불리는 점포들도 눈에 띄었으며, 심지어 동전을 넣고 그림을 맞추면 현금이 쏟아지는 슬럼머신을 갖춘 점포까지 자리잡고 있었다. 

야시장 건너편 고색사거리 횡단보도 앞에는 수원시 방범기동순찰대원 2명이 이날 오후 7시께부터 나와 '지역상권을 살리고, 비위생적인 음식으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해선 불법 야시장을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의 노란색 유인물을 주민들에게 나눠 주는 홍보캠페인과 함께 야시장 주변 교통 정리를 벌이고 있었다.

야시장에서 버려지는 오물로 젖어 있던 주변도로에는 이곳을 찾는 시민들이 차량을 보도 위에까지 불법 주차해 교통 흐름이 원할하지 않았다.

   
▲ 인형 등을 놓고 벌이고 있는 야시장내 경품장.
야시장은 사단법인 한국장애인장학회 수원지회 등 장애인 단체 3곳과 군 전우회 1곳 등 4개 단체에서 전국 '떠돌이 상인'들을 불러 모아 마련한 것으로 지난 25일 이곳에 자리를 잡고 지난 26일부터 매일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새벽 1~2시까지 운영되고 있었다.

이들은 10일동안의 영업 일정으로 이곳에 자리잡았으며, 자가동력기로 전기를 돌리면서 인근 하우스에서 물을 빌려 영업을 벌이고 있었다.

인근 주민들의 소음 피해 민원이 지난 주말부터 계속되면서 이날 야시장에는 차 의원과 주민대표, 기동방범대원 20여명, 시와 구 공무원 20여명 등이 현장을 방문했지만 이를 제지하지는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고만 있었다.

급기야 시 공무원은 이날 오후 10시30분께부터 경찰까지 참관시켜 상인 대표와 주민 대표의 합의를 이끌어 내려 했지만, 일정대로 장사를 벌이겠다는 상인들과 의견을 좁히지는 못했다.

주민대표들은 시 공무원에게 불법 야시장을 지켜보지만 말고 강제철거라도 해서 주민들의 피해를 막아달라고 항의를 벌였지만 시 공무원들은 규정대로 계고장을 보내 강제 철거 절차를 밟는 기간이면 이들이 영업을 마칠 기간이 된다면서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 이날 오후 11시40분께 밤이 깊어가면서 시민들의 발길이 뜸해진 야시장 일대.
다만 30일 오전 11시께 시 관계 공무원들과 주민대표단이 긴급회의를 갖고 결정된 사안을 상인들에게 통보, 이를 지키도록 권유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색동 각 단체 연합회인 개발위원회 김기태(47) 위원장은 "이 곳은 엄연히 도로부지인데 허가도 받지 않은채 어떻게 버젓이 불법 영업을 벌이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나흘이 지나도록 아무런 대책이 없으니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 다시는 이런일이 없도록 해야할 것이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피해가 더 커지지 않토록 대책을 강구하겠다"면서 "우선 내일 있을 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을 상인들에게 통보, 이를 지키도록 강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시장 관계자는 "행정기관에서 과태료를 부과한다면 과태료를 내고서라도 장사일정을 마치는 게 남는 장사"라면서 "강제철거를 해도 그만한 절차를 밟아야 하니 일정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