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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칼럼] 술에 대한 착각
[한방칼럼] 술에 대한 착각
  • 수원신문
  • 승인 2004.06.30 00:00
  • 호수 1
  •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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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죄가 없다. 사람이 잘못이다."

   
▲ ▲ 김정희 전문위원은 약손한의원 원장으로 본지 의학칼럼을 게재하고 있다.
술을 몇 병씩 마시고도 끄떡없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한 잔에도 금세 얼굴이 붉어지고 취하는 사람이 있다. 술고래들은 은근히 과시하면서 한두 잔에 취하는 사람들을 보며 우쭐해 한다.

 또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보면 과음하는 경우가 잦고 몸도 상하게 된다.

그만 좀 마시라는 주위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술에 대해서 절제를 않는 데는 나름대로 믿는 구석이 있는 경우도 있다. 술을 많이 마셔도 '내 몸은 술을 잘 받으니까 웬만큼 마셔도 괜찮다'는 터무니없는 믿음을 갖고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물론 사람마다 간의 알콜 해독능력에 차이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런 차이가 그다지 크지는 않다. 다시 말해서 술을 잘 마시는 사람도 과음을 하게 되면 몸에 무리가 따른다는 뜻이다.

그리고 술은 간에만 손상을 주는 걸로 잘 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술은 비단 간뿐만 아니라 우리 몸의 어디든 가리지 않고 융단 폭격을 한다.

취하지 않게 마시면 되겠지 싶지만 그것도 아니다. 술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취하느냐 취하지 않느냐보다 마신 알코올의 총량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마신 술은 결국 취하느냐 여부에 상관없이 간에서 모두 처리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의 간에 오히려 이상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럼 어느 정도의 술이 적당한 양일까? 옛말에 '중매를 잘하면 술이 석잔이요, 못하면 뺨이 석 대다'라는 말이 있는데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으나 하여튼 하루 적당량은 석 잔을 기준으로 삼는다.

술은 주종에 관계없이 한 잔에 대략 10g의 알코올이 들어있다. 독한 술일수록 잔의 크기가 작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은 유전적으로 남성보다 알코올 분해효소의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적정 음주량은 하루 두 잔 이내다.

적당량의 음주는 약주요 과음은 독이라는 말이 있다. 고의서인 양생요집(養生要集)을 보면 "술은 약재로 적당히 마시면 모든 맥을 조화시키고, 나쁜 독들을 물리치며, 차가운 기운을 제거하고,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고, 장위를 튼튼하게 하고, 피부를 윤택하게 하며, 습기를 제거한다"라고 그 장점을 밝히고 있다.

또한 최근 연구 결과에서도 하루 30g 이내의 알코올은 심장병 예방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좋은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고밀도지단백(HDL) 수치가 낮은 사람은 소량의 술을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처럼 술은 죄가 없다. 술을 약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독으로 마시는, 사람이 잘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