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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누구보다 오래도록 사랑하는 사람
한 사람을 누구보다 오래도록 사랑하는 사람
  • 이상철
  • 승인 2004.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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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을 한 사람만을 사랑한 사람이 있었슴니다.

2000년 12월에 그들은 평생을 사랑하기로 약속하고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 부부가 되었습니다. 그의 나이가 지금 서른 살이니 집사람을 좋아하기 시작한지도 벌써 13년이 지났네요...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은 기간이 17년이니 앞으로 4년만 더 있으면 인생에서 그 사람을 사랑하며 지낸 기간이 더욱 길어지기 시작
하겠네요.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게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 요즈음 많은 생각을 합니다.

그녀는 임신 후에 살이 찌는 것 같다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합니다. 어디서 듣기로는 임신한 여성들이 대부분 그런 고민들을 한다고들 하던데요. 그런 모습이 사랑스럽습니다. 가끔 그녀는 나중에 자기가 쪼글쪼글한 할머니가 되어도 자기를 이뻐해 줄 거냐고 묻습니다. 하이랜더라는 영화를 보신 적이 있는지요? 늙지도 죽지도 못하는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합니다. 여자는 나이를 먹고 늙어갑니다. 남자가 사랑하는 것은 그 여자입니다. 여자의 젊었을 때의 모습이 아니고 늙었을 때의 모습이 아닙니다. 그냥 그 여자일 뿐입니다. 그는 제 집사람을 사랑한다고합니다. 언젠가 그가 집사람한테 농담 삼아 말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늙는게 싫어...나이 들어 죽는 것도 싫어...그녀는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그때가 되면 그때에 어울리는 우리들의 모습이 있을거라구요...긴 삶에서 오는 여유와 관록, 자신의 시간을 아는 지혜로움이 있을 거라며 칭얼거리는 저를 달래 주었습니다. 저는 이런 그녀를 사랑합니다 라고.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항상 후회를 남기는 일들의 반복인 것 같습니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고 나도 후회를 합니다. 조금 더 사랑할 수 있었는데...하는 그런 아쉬움을 남기고 마는 일들의 연속 말입니다. 그런 후회를 조금이라도 덜 남기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후회하지 말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원 없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말없이도 전해지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은 사랑한다는 말없이도 그 사람에게 분명히 전해집니다. 하루하루를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집사람의 말처럼 제가 호호할아버지가 되어서도 그 마음을 간직하며 눈을 감고 싶습니다. 한 사람을 누구보다 오래도록 사랑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인스턴트식 사랑이 난무하는 요즘, 우리 세대들이 이런 사랑을 할 수 있길 바랍니다.
한 사람을 만나세요. 그리고 그 사람을 오래도록 사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