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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속 우리의 삶
라디오 속 우리의 삶
  • 편집부
  • 승인 2012.10.2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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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최낙운 (수원시 영통구 건설과)

제가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세 번의 교내 과학경진대회 라디오조립 부문에 참가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라디오 조립에 흥미를 느껴서 열심히 연습하고 참여했었습니다. 운이 좋게 경기도 수원교육청에서 주최하는 전자과학실험 경진대회에 학교 대표로 출전하여 입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 당시 기억을 떠올려보면 라디오 조립 키트에는 기판과 케이스, 그리고 내부에 들어가는 소자들이 들어있었습니다. 콘덴서, 저항, 다이오드, 트렌지스터, 코일 등 많은 부품들을 자신의 위치에 맞게 기판에 연결하고 납땜을 하고 조립을 해야 합니다. 각자의 방향에 맞게 연결하지 않거나 빠뜨리게 되면 최종 조립을 하고 나서 소리가 나지 않게 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도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삶에는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조직을 예로 들면 한 조직 안에는 배터리의 역할을 맡은 사람, 스피커의 역할을 맡은 사람, 케이스의 역할도 있을 것이고 많은 내부 소자들의 역할을 맡은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 안에서는 큰 역할과 비교적 작은 역할이 있겠지만, 하나하나가 모두 중요하고 필요한 요소인 것은 분명합니다. 어쩌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는 주파수를 알려주는 플라스틱 바늘도 없으면 불편함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경제성장을 겪으면서 물질 만능주의가 생기게 되었고, 이는 ‘나만 잘 살면 된다’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널리 퍼지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개인의 능력이 월등히 뛰어나다고 해도 독불장군처럼 혼자서는 살아가기 힘든 세상입니다. 기업에서 인재를 뽑을 때에도 이 사람이 조직에 얼마나 융화가 잘 되고 협동심을 발휘해서 일을 처리할 수 있는가를 중요한 평가 항목으로 채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무리 좋은 성능의 배터리라고 해도 스피커가 없다면 그 라디오에서는 소리가 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진정한 ‘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보다 아래에 있다고 해서 얕보고, 자신보다 위에 있다고 그 사람을 시기하거나 미운 마음을 가진다면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입니다.

조금만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자신의 역할에 맞게 임무를 수행하면 그 조직에서 나오는 라디오 방송은 잡음 하나 없는 깨끗한 방송일 것입니다. 나아가서 우리 모두의 삶에도 서로를 생각하고 협동하는 자세를 가진다면, 품질 좋은 라디오들이 많이 생겨서 듣기 좋고 유익한 방송을 하는 대한민국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