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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내 딸아'…추모시
'아들아 내 딸아'…추모시
  • 뉴시스
  • 승인 2014.04.2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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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8일째인 23일. 실종자 가족들의 임시거처로 쓰이고 있는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 '추모시'가 내걸렸다.

현재 이 '추모시'는 체육관 유리문에 붙여져 있고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읽고 있다.

 '아들아 내 딸아' 제목으로 된 이 시의 작성자는 '유가족들과 슬픔을 함께 하고픈 이'로 돼 있고 실종자들을 하루빨리 찾기위한 바램이 담겨져 있다.

[다음은 '추모시' 전문]

아들아 내 딸아

 봄의 새싹 같은 내 아들아 아직 피어보지도 못한 어린 봉우리 같은 내 딸아, 봄을 맞아 바다에 갔거늘 따뜻한 봄을 피우려 바다에 갔거늘 어디 있느냐

 어디쯤 가라앉아 있는냐 차디찬 바다 속이 싫어 시커먼 바다 속이 무서워 하늘로 올리웠느냐

 가만히 있으라는 움직이지 말라는 어른들의 말을 잘 들으려 아직도 차가운 물속에 움크리고 있느냐

 너의 젊음도 너의 꿈도 모두 뒤집혀 끝내 사라져버렸구나 바다를 뒤집어 엎을 수만 있다면 바다를 뒤집어 엎어 네게 다시 숨을 쉬게 해 줄수만 있다면 내 숨을 모두 너에게 주고 싶구나

 내 몸을 녹여 통로를 만들어 줄 수만 있다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다 녹여 네가 빠져 나올 수 있는 통로가 되어 줄 수 있다면

 아! 바다가 싫어 괴물처럼 시커먼 입을 벌려 너를 삼켜버린 바다가 싫어 하늘로 가버렸다면 파란 눈을 뚝뚝 떨구는 하늘에 창을 내어 네 얼굴 한번만이라도 볼 수 있다면 내 가슴 찢듯 하늘을 찢어 네 모습을 딱 한번만이라도 안아줄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