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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개불알꽃, 며느리밑씻개…"우리 풀꽃도 창씨개명 당했다"
큰개불알꽃, 며느리밑씻개…"우리 풀꽃도 창씨개명 당했다"
  • 이화연 기자
  • 승인 2015.08.19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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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여성독립운동가 20인-서간도에 들꽃피다」의 저자로 유명한 이윤옥 시인이 우리 풀꽃 속의 일제 잔재를 드러냈다.

일제 강점기 창씨개명을 당한 건 이 땅의 사람들만이 아니었다.

풀, 꽃, 나무도 제 이름을 빼앗겼다. 식민지 시기 일본 식물학자들이 조사해 작명한 것을 무비판적으로 써온 결과다.

며느리밑씻개, 도둑놈의갈고리, 좀개갓냉이처럼 한국말로 쓰였으나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고 저속하기까지 한 이름이 수두룩하다.

한국문화 속의 일본 잔재를 추적해 온 이윤옥 시인이 쓴 「창씨개명된 우리 풀꽃」(인물과사상사)은 식물 이름에 남아있는 일제의 흔적을 고발한다.

봄을 대표하는 꽃인 개나리를 일본 학자들은 '조센롄교'라고 명명했으나 한국어 번역자들이 조선을 뜻하는 '조센'을 떼버리고 그 자리에 '개'를 붙였다.

개암나무, 개벚나무 등도 원래 이름 앞에 붙었던 '조선'이 '개'로 변형됐다.

저자에 따르면 '조선식물향명집'에 기록된 식물을 모두 조사한 결과 99종의 식물 이름에서 '조선'이 사라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립생물자원관에서 만든 '한반도 고유종 총람'에는 한반도에서만 자라는 고유 식물은 모두 527종인데, 이 가운데 일본 학자 이름으로 학명이 등록된 식물은 327종에 달한다.

우리 고유 식물이름 학명의 62%가 일본 학자 이름인 것이다.

이윤옥 시인은 "우리 고유 풀꽃 이름에 붙은 일본말 찌꺼기는 대대적으로 정리해야 한다"며 "부끄러운 역사를 되짚고 꽃에게 아름다운 우리 이름을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옥 시인 프로필

- '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문학세계문인회 정회원. 한국외대 일본어과 졸업. 동대학원 박사수료.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 전 한국외대 연수평가원 교수. 현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소장.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

- 저서: 우리말 속의 일본말 찌꺼기를 시원하게 풀이한 '사쿠라훈민정음', 친일문학인 20인 풍자 시집 '사쿠라불나방', 시로 읽는 여성 독립운동가 20인 '서간도에 들꽃 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