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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약체' 평가받던 허익범 특검…'디지털 증거'가 김경수 잡았다
'최약체' 평가받던 허익범 특검…'디지털 증거'가 김경수 잡았다
  • 사회팀
  • 승인 2021.07.22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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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수사와 공소유지를 맡아온 허익범 특별검사가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1.7.2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친문 적자'라 불리며 유력한 대선잠룡으로 거론되던 김경수 경남도지사(54)가 징역 2년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2018년 6월 허익범 변호사가 특별검사로 임명돼 수사를 시작한지 약 3년 여 만이다. 김 지사는 곧 수감될 예정이며 총 7년 동안 피선거권도 제한된다. 정치 생명에 큰 위기가 닥친 셈이다.

대통령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김 지사의 댓글조작 혐의를 유죄라 본 대법원 판결의 상징성은 무척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정부의 첫 특별검사로 임명돼 현 정권의 대척점에서 수사를 벌였고 끝내 김 지사의 실형을 이끈 허익범 특별검사를 인터뷰했다.

허 특검은 21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김 지사 사건은) 정치 사조직을 이용해 여론을 조작·왜곡시키는 행위를 하도록 관여하고 이용한 사건으로 꼭 버려야 할 행태"라며 "곧 선거를 앞둔 우리 사회에서 꼭 생각을 해둬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소회는.
▶내 주장이 절반밖에 안 받아들여졌는데 소회가 뭐 있겠냐. 그냥 인정하는대로 받아들여야지.

-현 정권과 대척되는 수사였다. 부담은 없었나.
▶왜 없었겠나. 당연히 있었다. 2018년 6월, 7월에는 지금보다 더 큰 위세가 있었던 분이지 않았나. 그 당시 인터넷 기사라든가 신문 기사에서는 김 지사를 소환했다는 것만으로도 날 완전히 죽일 놈으로 만들었다.

-난리가 났었다.
▶김 지사가 특검 사무실에 들어올 때 개선장군 들어오듯이 들어왔다. 민주당 등 정당과 주변에서 정치적으로 무형의 압력이 참 많이 있었다.

실제로 대법원 선고가 있던 날, 허 특검이 입장을 발표하자 김 지사의 지지자들은 허 특검에 각종 비난을 퍼부었다. 허 특검은 "난생 처음 20분 동안 욕을 얻어먹었다"며 "여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을 겪었다"며 웃어 넘겼다.

 

 

 

 

 

'드루킹' 일당의 댓글 공작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허익범 특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지지자들의 꽃세례를 받고 있다. 2018.8.6/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수사 당시 '실패한 특검이다'라며 비아냥 거리는 목소리도 있었다.
▶어떤 사람은 나보고 '최약체 특검'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건 맞다, 하하.

-당시 어떤 생각이 드셨나.
▶내가 일단 맡았으니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생각하고 죽기 살기로 뛰었다. 다만 한 가지 원칙, '증거가 가리키는대로 나는 그대로 갈 것'이란 원칙은 꼭 지켰다. 그것만큼은 바로 오늘까지도 내가 지켜온 원칙이다.

-고(故)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이 사망한 사건으로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판도 나왔다.
▶그 분이 예기치 않게 돌아가셨다고 '무리한 수사'라는 프레임으로 특검을 흠집 내는 것에 대해 나는 지금도 전혀 동의할 수 없다. 물론 나는 그 분을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그래서 안타까운 생각을 가졌다.

그렇지만 당시 계좌 추적을 하던 사람 중 한 사람이 노회찬 의원이었을 뿐이다. 마치 노 의원만을 타깃으로 잡아 수사한 것처럼 간주를 하고 '무리한 수사다, 막상 할 건 안 하고 변죽만 울린 수사다'라는 식으로 비난을 많이 하더라. 그런데 막상 김 지사를 소환하니까 김 지사를 소환했다고 난리가 났다.

-재판에서 '닭갈비 영수증'이 쟁점이 됐다. 결과적으로 2심과 대법원 선고에선 중요한 영향을 끼치지 않은 것 같다.
▶변호인이 2심 내내 쟁점화하려고 애썼다. 변호인 측이 세운 가설을 타당하게 하기 위해서는 가장 전제가 되는 게 닭갈비 영수증이었다. 그 구도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닭갈비 영수증은 변호인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중요한 요소였다.

 

 

 

 

 

 

 

허익범 특별검사가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드루킹 댓글조작' 관련 김경수 경남도지사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등 혐의 항소심 4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9.5.9/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항소심에서 김 지사 측은 댓글 순위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에 김 지사가 불참했다는 회심의 반격카드로 닭갈비 영수증과 닭갈빗집 사장의 증언을 내밀었다. 김 지사는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측이 음식점에서 포장해온 닭갈비를 오후 7시쯤부터 1시간가량 같이 먹고 이후 '드루킹' 김동원씨로부터 경공모 브리핑을 들었기 때문에 시연회에 참석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특검 즉 기소한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순수하게 제3 법률가의 입장에서 재판을 보더라도 그건 큰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 지렛대가 아니었다. 다른 제반 증거들이 그 구도하고는 전혀 안 맞기 때문에 그 부분에 관해서는 크게 염려하지 않았다. 또 공판이 끝난 후 변호인 측이 그 부분만 인정되면 무죄가 나오는 것처럼 이야기를 해서 외부적으로는 그게 굉장히 중요한 걸로 인식이 됐을텐데 나로서는 그것이 이 사건의 어떤 본류에 거의 영향이 없는 사안이었다고 본다.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인가.
▶디지털 증거가 워낙 많았다. 수사 초기보다 공판 과정에서의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변호인들이 워낙 디테일하게 여러 가지 의혹을 제기하니까. 큰 그림 하에서 분석했던 디지털 증거들을 디테일한 부분에 맞춰 검증을 하고 재검토, 재분석을 했다. 일일이 그걸 다 찾아 제시하는 과정이 참 많이 힘들었다.

그래도 이상한 것은 그렇게 찾아내면 또 반박할 수 있는 자료들이 분명히 어디엔가 있었다. 그렇게 우리 주장이 입증되고 확정되는 그런 과정을 거쳐왔다. 앞으로 어떤 특검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점점 더 디지털 증거가 중요한 판단을 가르는 열쇠가 될 것이다. 그 증거들의 확보와 수집 그리고 분석과 융합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드루킹 특검부터 대법원 선고까지 거치면서 이 사건이 법조계나 혹은 사회 전체에 어떤 의미를 남겼다고 보는가.
▶선거 당선을 위해 속된 말로 '무슨 짓을 해도 나중에 당선만 되면 된다'라는 생각이 일부 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또 그렇게 해서 일단 당선되면 설령 어떤 위법 행위가 있다 하더라도 크게 흠이 안 되는 것처럼 치부됐었다. 이 사건에선 의도적으로 여론을 조작하고 왜곡시켰다. 정치 사조직을 통해 그런 행위를 하도록 관여하고 이용했다. 이는 꼭 버려야 할 행태라고 생각한다. 곧 선거를 앞둔 우리 사회에서 꼭 생각을 해둬야 할 일이다.

 

 

 

 

 

 

 

댓글 조작 등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이 확정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1일 오전 경남도청을 나서고 있다. 2021.7.21/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