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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학습의 고리를 끊자!
폭력 학습의 고리를 끊자!
  • 이훈삼
  • 승인 2002.04.02 00:00
  • 호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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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논단] 이훈삼 수원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 공동대표
폭력 학습의 고리를 끊자!

이스라엘과 아랍의 끔찍한 충돌, 무참히 자행하는 자연 학대, 힘없는 아이·여성·노인을 향한 폭행 등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우리의 일상(日常)이다. 세계적·구조적 폭력, 개인적·일상적 폭력 모두가 심각한 우리 현실이다. 두려운 폭력의 세계다.

그래서, UN은 2001년부터 10년까지 "세계 어린이를 위한 평화 문화와 비폭력 문화 형성 10년"(International Decade for a Culture of Peace and Non-Violence for the Children of the World : 2001-2010)으로 선포했다. 또한 세계 교회협의회(WCC)도 같은 기간을 "폭력 극복 10년"(Decade to Overcome Violence)으로 정하고 전 세계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고된 시집살이를 경험한 며느리가, '난 이 다음에 정말 저렇게 하지 않겠다'고 수없이 다짐했음에도 지독한 시어머니가 된단다. 교육은 자연스레 보고 듣는 학습이기 때문이다. 폭력도 학습되기에 무섭다. 보다 강한 권위체계로부터, 이웃의 문화 현상까지 다양한 경로를 통해, 폭력은 아이들에게 내면화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미래는 폭력을 잉태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 합법적인 폭력 학습의 장(場)은 군대·학교·가정이다. 전쟁을 대비하기 위해, 효과적인 교육으로 사랑하는 자녀들의 미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폭력을 치장한다. 군대는 지속적인 폭력 예방으로 어느 정도 폭력이 사라지고 있다는데, 오히려 학교 폭력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강자가 약자를, 다수가 소수를 거리낌없이 괴롭힌다. 영상 매체가 미화한 비인격적 폭력이 학교에서 벌어진다. 맞을 짓을 했으니 때렸다고 가해 학생들은 당당하기만 하다. 피해자는 신체적·정신적 충격으로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못하는데, 가해자들은 별다른 징계나 죄의식도 없이 떳떳하다. 가해자는 남고 피해자가 오히려 학교를 떠나야 하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3월 교육부가 내놓은 '공교육 내실화 방안' 중에 '사랑의 회초리'를 허용한다는 것은 폭력 학습의 심각성을 무시한 것이다. 요즘 아이들 다루기는 너무 힘들다. 교사들의 권위는 인정하지 않으면서 개성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아이들, 아직 민주적 자세가 성숙하지 못해 책임보다는 권리를 불균형적으로 외치는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교육부는 새로운 지도력·효과적인 교수법 등을 교사들이 익힐 수 있도록 다양한 길을 제시하고 지원해야 한다. 이것이 그리 간단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다시 체벌 허용을 대안으로 삼는 것은, 폭력적 세계를 평화로 바꾸어가야 할 아이들에게 또다시 폭력을 학습시키는 것이다.

체벌을 금지하던 때에도 공공연하게 자행되던 소위 '교육적 사랑의 폭력'을 이제 다시 공식화 했을 때, 교실 내 폭력이 어떻게 비약적으로 상승할 지 걱정스럽다.

유능하고 똑똑한 폭력 인간을 만드는 것보다는 좀 덜 유능하지만 비폭력적 삶을 몸에 익히게 하는 교육이 더 현명하고 절실한 오늘이다.

midage@hanmail.net, 011-9740-65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