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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선 시험공부 뒤에선 나이스 삿! 동우여고 뒷산 골프장 파문
앞에선 시험공부 뒤에선 나이스 삿! 동우여고 뒷산 골프장 파문
  • 현은미 기자
  • 승인 2003.06.09 00:00
  • 호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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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동 동우여고, 이목중, 동원고 일대 3천여평 산림 벌목, 학교대책위 시민서명운동 전개... 학생들 인터넷서 강력 반발

 3개교 5천여명의 학생이 밀집해 있는 학교 집성지 뒷산에 골프연습장과 3홀 규모의 골프장공사가 진행되면서 학교와 학생들이 교육환경 파괴라며 반발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있다.

장안구 이목동 산 28번지 일대 동우여자고등학교(교장 김병호). 이 학교 학생들은 지난달 27일부터 29일사이 학교뒷산 울창한 산림을 이뤘던 나무들이 굉음과 함께 쓰러지는 소리를 들었다.

수업중 들려온 포크레인 등 중장비들의 굉음이 눈앞에 형태를 갖추고 모습을 드러낸 건 불과 3일여 사이.

느닷없는 골프장 공사로 나무가 잘려나가고 시뻘겋게 속살을 드러낸 산등성이에서 이학교 학생등 1천4백여명은 ‘골프장건립결사반대’를 외치며 마침내 어렵고 긴 골프장반대싸움을 시작했다. 

“3천여평의 우거진 산림이 파헤쳐져 가고 아침저녁까지 요란한 기계소리에 가슴이 철렁내려 앉습니다.”

“주말이 끝나고 월요일 아침 학교에 나와 보니 황량한 황무지로 변해버린 뒷산을 바라보면서 어느 학생이 가만히 앉아 지켜보고만 있겠습니까?”

“그 뒷산의 땅주인은 정말 뻔뻔하게 나오시더군요. 자기땅 자기가 맘대로 하겠다는데 왜그러냐, 골프장 지으면 조경도 좋고 자기가 심사숙고해서 골프장을 짓기로 한 것이다...라는식으로요. (우리더러) 옆에서 나이스샷을 외치며 탕탕거리는 공소리를 들으라는 겁니까?”

“이런 환경속에서 도대체 뭘 배워 이 나라를 이끌어 나가라는 것이죠? 말로만 청소년을 위하시는 위선적인 어른들이 되시질 않길 바랍니다.”

교사보다, 학교재단보다 발 빠르게 청와대에 진정서를 내고 인터넷 사이트마다 항의성 메일을 올리는 등 이일대 학교 재학생들의 반발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현재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우선 이 골프장 건설소식을 수원시민에게 알리고 반대서명을 얻어내는 운동을 전개 중이다. 교육을 백년지대계라고 하면서 수천명 학생들의 학습권과 개인소유 토지의 활용권 중 어느게 비중이 있기에 이런 일이 벌어진단 말인가.”

동우여고 김병호 교장은 “수원시 도시과는 아무런 절차상의 문제가 없다며 골프장 건설을 허가했지만 시장을 만나 일단 골프장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측의 이런 답변과 달리 수원시는 당초 이 일대 토지를 형질변경 해주는 과정에서 이미 형질변경의 목적이 골프장 건설임을 확인한 바 있어 시장의 허위답변 여부를 둘러싼 파문 역시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인터뷰/김병호 교장

“100만시민,전국민상대로 반대서명 펼칠 터”

▶골프장 건설을 위한 벌목공사가 언제부터 진행됐나.

“지난달 27일부터 29일사이다. 처음엔 수해에 대비해 작업을 하는줄 알았다.”

▶학생들 반발이 심화되고 있는데.

“바로 학교뒷산에서 수십년된 나무들이 잘려나가고 숲이 파헤쳐지는걸 본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골프장건설 반대시위를 벌였다. 학교측으로선 말릴 수도 없이 인터넷이나 청와대 등 각종기관에 항의메일을 띄우고 있는 것으로 안다.”

▶골프장 공사 자체가 법적 하자가 없다고 들었다. 시장을 만난 이유는 무엇이었나.

“우리는 솔직히 법적 하자를 찾을 수도 찾지도 못하겠다. 단지 교육을 백년지대계라고 말하면서 어떻게 시가 수천명 학생들의 학습권과 개인의 토지활용권중 어디에 비중을 두었는지가 기가막힐 뿐이다. 어쨌든 김시장을 만났을 때 ‘골프연습장으로는 허가를 내주지 않을 것”이란 약속을 받았다.“

▶학교대책위가 구성된 것으로 안다. 이후 계획은.

“100만시민, 아닌 전국민을 상대로 반대서명 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사업자도 관청도 신중히 검토해 판단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