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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 앞둔 아버지의 망향가
칠순 앞둔 아버지의 망향가
  • 이상철 시민기자
  • 승인 2004.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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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

남북한 철도가 속히 연결되기를...

나의 아버지께서는 술자리만되면 항상 고향을 그리워하신다.   

아버지는 연세가 68세로 쇼와 10년 함북 청진태생이다.

그러나 아버지께서는 만약 당시에 월남을 하지 않았으면 아마 가족들은 모두 부르조아로몰려 숙청되었을 것이라며 남한으로 온 것을 다행으로 여기셨던 분.

친할아버지가 고향 청진에서 대형 약국을 경영하셨는데 당시 김일성을 비롯한 고위간부들이 단골로 이용했기때문에 공산정부 수립 이후 모든 토지를 국유화했지만 할아버지 재산은 제외였다고 말씀하셨다.

무남독녀였다는 아버지는 1.4후퇴때 중공군의 남침을 피해 어머니를 따라 경원선을 타고 피난내려오셨다.

할아버지는 6.25가 발발하면서 폭격으로 돌아가시고 이모, 고모, 유모, 삼촌, 사촌, 친척들을 모두 북에 남겨둔 채...

아버지의 종교는 불교였지만 배타적인 것을 싫어하셔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신 어머니와 결혼하셨다.

이렇듯 서로의 종교는 달랐지만 두 분의 선친 모두 김일성과 각별한 사이였고 의료계에 종사하셨고 6.25때 모두 30대 초반의 나이로 요절했으며 왕손이라는 점에서 인연이 되기도했다.  

지금은 현실에 만족하고 살지만 가난때문에 평생꿈이었던 종교지도자의 길을 포기해야만 했던 아픈기억은 지울 수 없다.  

지금은 궁핍한 인형극을 하고있지만 하루빨리 남북통일이 되어 내 뜻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날을 기대해본다.

그리고 나의 아버지.

머지않아 남북한 철도가 연결되어 북녘땅을 자유롭게 드나들수 있는 날이 오면, 비로소 아버지의 한은 사라지겠지요!

우리만 아니라 천만 이산가족의 한이 완전히 사라지는 그날이 반드시 오기를 기대하면서 오늘도 반쪽인 나라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