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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일] 보릿고개 이야기 (1) 보릿고개의 유래
[5월 23일] 보릿고개 이야기 (1) 보릿고개의 유래
  • 편집부
  • 승인 2012.05.2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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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조의 우리문화편지]

다이어트가 화두인 세상에서

들판의 모는 아직 푸르고 보리도 거두려면 더 있어야 할 때, 먹을거리는 없고 오뉴월 해는 길기만 합니다. 일 년 중 봄철 이런 때를 가리켜 보릿고개라 이른 적이 있습니다.

1950~1960년대 까지만 해도 지금보다 식량사정이 안 좋아 굶는 사람들이 많았지요. 그래서 그 당시엔 ‘보릿고개’라는 말이 언론에 자주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대관절 보릿고개란 말은 언제부터 쓰였을까요?

맨 먼저 보이는 기록은 《세조실록》 11권 4년(1458) 2월 7일의 춘기(春饑)인데 ‘봄의 가난한 때’라는 뜻입니다. 또 명종 11권에는 궁춘(窮春)이란 말이 나오는데 이 궁춘이 왕조실록에는 가장 많이 나옵니다.

그밖에 명종 32권 춘빈(春貧), 현종 5권 춘기(春飢), 숙종 8권 춘기근(春飢饉), 숙종 58권 춘궁(春窮), 고종 3권 궁절(窮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특히 보릿고개라는 이름으로 딱 들어맞는 맥령(麥嶺)은 정조 12권, 5년(1781) 11월 29일에 보입니다. 일제강점기 기록인 1931년 6월 7일자 《동아일보》의 <300여 호 화전민 보릿고개를 못 넘어 죽을 지경>이라는 기사를 보면 당시에도 보릿고개는 넘기 어려웠던 듯합니다.

이를 보면 보릿고개는 1950~1960년대에 생기거나 그때 처음 불린 것이 아니라 이미 조선 시대부터 쓰이던 ‘맥령’을 우리말 ‘보릿고개’로 바꾼 것입니다.

그나저나 살이 쪄서 살빼기가 주요 이야깃거리인 요즘에도 여전히 굶는 사람이 있다는 기사가 보이는데, 굶주림이 어서 사라지고 보릿고개란 말이 옛말로만 남게 되길 바랍니다.